가족간 e메일 확산..."집안 화목" 홈 l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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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뭐해?』 『청소 끝내고 쉬는 중이야. 우리 공주님은 학교생활 잘하고 있지.』

지난 19일 오전 10시 경북 김천시 이문실(46·세무공무원)씨 집 안방. 이씨의 부인 김연순(43)씨가 학교 간 딸 민지(15·김천여중 2년)와 이메일 대화중이다. 김씨는 매일 아침 설거지 후 딸과 아들에게 이메일을 쓴다.

『성적 떨어진 아들, 사춘기라 신경이 예민해진 딸에게 전자편지를 보냅니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 할 때보다 유익한 점이 많아요.』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 1000만명. 불과 몇 년 새 한국인의 삶 깊숙이 들어온 인터넷은 가정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개인주의를 확산시키고 가족관계를 왜곡시킬 것이란 일부 우려와 달리, 오히려 가족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 이기로 자리잡고 있다. 가족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어머니와 아들, 남편과 아내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씨네도 가족 홈페이지「민지네 신문(http://channel.shinbiro.com/@minjine)」을 운영하고 있다. 3년 전 개설한 이곳에는 부인 김씨의 자작 동화, 민지-승한 (12·김천 신일초교 5년) 남매 일기, 격주간 발행되는 가족신문이 빠짐없이 올라와 있다. 김씨는 간밤 「민지네 신문」에 들어와 글을 남긴 네티즌 4명에게 답장을 썼다.

「민지네 신문」을 빠져나온 김씨가 발길을 향한 곳은 홈쇼핑 사이트. 김씨는 가장 값이 싼 곳에서 민지 스웨터 1벌을 사고 홈뱅킹으로 옷값을 치렀다. 전자서점 「예스24(www.yes24.com)」로 들어가 신간서적 목록을 훑어보는 동안, 서울에 사는 이메일 친구 장재명(36·여)씨가 인터넷 전화를 걸어왔다. 장씨는 개인 홈페이지 「주부 라이프(www.jubulife.pe.kr)」를 운영중인 주부 네티즌. 방명록 답신을 계기로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해 이젠 단짝 친구가 됐다. 무료인 인터넷 전화로 실컷 수다를 떨었다.

인터넷 입문 3년인 김씨는『지방 소도시에 살아 갑갑했는데, 인터넷을 시작하면서 지역적 장벽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생활이 더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민지와 승환이가 컴퓨터 쟁탈전을 벌였다. 민지는 젝스키스 팬클럽에 접속해 또래 네티즌들과 인터넷 채팅을 하려고, 승환이는 아빠에게 배운 홈페이지 제작법을 연습하기 위해서다. 네 식구는 저녁식사 뒤 컴퓨터 앞에 둘러앉아, 「민지네 신문」에 접속한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을 읽고, 하룻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재미난 이야기는 승환이가 글로 써서 다음 호 가족신문에 올렸다.

2000년 2월 현재 인터넷에 떠 있는 아마추어 네티즌들의 가족 홈페이지는 300여개. 야후코리아 서핑팀 김경희(34) 과장은 『가족 홈페이지가 하루 평균 5개 꼴로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야후코리아는 여성 네티즌 인구가 200만~ 300만명에 이르며, 그 중 상당수가 주부라고 밝혔다. 신나는 여성(www.jubunet.pe.kr)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 박유경(37)씨는『인터넷을 통해 주부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0.02.23(수)/ 안석배기자 :김수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