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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1세기 가족 : 민지와 승환이네 가족신문)

한국일보,경향신문,매일신문,전자신문,영남일보,주간조선,주간동아,KBS1라디오,TBC TV 등등 …. 위에 열거한 이름들은 모두 앞다투어 지면과 방송을 통해 경상북도 김천에 거주하고 있는 아빠 이문실(47세,김천세무서 근무)씨,엄마 김연순(43세,전업주부)씨,딸 이민지(15세,김천여자중학교3년), 아들 이승환(13세,김천 신일초등학교6년)가족을 소개한 언론사들이다. 신상명세 상으로 보면 별다른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는 이들 가족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언론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일까.

1993년 5월 초,당시 아홉 살 민지와 여섯 살 승환이는 아빠에게 진지한 제안을 한 가지 받았다. 그것은 바로 아빠와 엄마의 결혼 9주년 기념 선물로 엄마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가족신문을 만들어 주자는 것. 평소부터 언론에 관심이 남다르던 민지와 승환이는 아빠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민지와 승환이네 신문 창간발기인으로서 창간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긴장(?)된 분위기의 편집기획 회의와 취재, 원고 작성, 그리고 인쇄의 전과정은 바쁜 일정 속에 긴박하게 진행되었고, 마침내 5월 18일 민지와 승환이네 신문은 역사적인 창간호를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아이들 아빠가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라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가족신문이 발간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는 엄마 김연순씨의 얼굴에는 당시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듯 흐뭇한 미소가 꽃피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장난처럼 시작한 가족신문이 어느새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난 6월 현재, 매달 1일과 15일 2회씩 쉬지 않고 발간해 171호째 발간했다. 결코 장난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만만치 않은 저력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어요. 남편과 저도 서로에게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되었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엄마 김연순씨가 들려주는 이들 가족의 독특한 이력은 가족신문이 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 내용인즉슨 아빠 이문실씨의 직업이 세무공무원인 관계로 이들 가족은 거의 정기적으로 2년에 한번씩 이사를 다녔다.
“대구,서울,대구,김천,경주,안동,영천,포항,경산,김천… 그러고 보니 벌써 열번이네요. 물론 애들 아빠는 혼자 자취생활을 한다고도 했지만, 저는 둘째치고 아이들이 아빠와 헤어져 사는 걸 싫어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인해 아이들은 친구들과 정이 들만하면 헤어지곤 하는 일이 번번이 생기곤 했다. 그때 아이들에게 우정의 끈을 이어주는 몫을 톡톡히 한 것이 바로 이들의 가족신문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민지와 승환이는 각 지방에 있는 친구들에게 매번 발간되는 신문을 보내며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애들이 더 적극적일 때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따로 글짓기 학원같은 곳에 보내지 않았는데도 문장실력이 꽤 늘어가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아이들이 쓴 지난 글들을 대견스러운 듯 읽어보는 김연순씨. 그런데 아이들의 그런 좋은 글솜씨는 가족신문 이전에 이미 엄마로부터 유전된 듯 싶었다. 이들의 가족신문이 100회째 발간되던 1997년 7월, 이미 1983년부터 컴퓨터를 마련해 독학으로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빠 이문실 씨는 인터넷에 <민지네신문>(http://channel.shinbiro.com/@minjine)이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그리고 같은해 10월에는 엄마 김연순씨가 처녀 적부터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문학의 소중한 꿈을 <미시즈 오즈>(http://www.mrsoz.co.kr)라는 문학 홈페이지를 직접 개설해 펼쳐나가고 있다.

<미시즈 오즈>는 개인 홈페이지로는 놀라운 숫자인 10만회를 넘는 조회 수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도 열 살 짜리 꼬마에서부터 예순의 노인까지 2백명 이상이 매일 접속해 아마추어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올리며 소중한 글과 생각을 나누고 있다.

“아이들 아빠가 워낙 새로운 기계만 보면 가만두지를 못하는 성격이예요. 전부 분해했다가 조립하고 다시 분해하기를 몇 번 반복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컴퓨터도 그래서 신기종만 나오면 견디질 못하죠. 그러면서 구모델은 자연히 아이들 몫이 되다보니 아이들도 컴퓨터와 어릴 적부터 친숙하게 되었죠.” 작년에 한국정보문화센터로 부터 제3회 정보화가족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들 가족은 초등학교 6학년인 승환이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 정도로 컴퓨터 활용 수준도 월등하다.

이제는 가족 홈페이지에 가족신문 만드는 법을 공개해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방법을 널리 나누고 있는 민지네 가족은 디지털 정보통신의 시대라 일컫는 21세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가족간의 거리, 세대와 세대 사이의 거리, 그 정서적 공간의 거리가 급속도로 벌어지는 시점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가족사랑을 전해준다.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 이문실 씨가 민지와 승환이에게 쓴 아래의 동시처럼 아이들에게 시 한 편 써 주는 아빠가 되면 어떨까.

가슴을 활짝/열어놓아도 좋을/
깊이 모를/맑은 하늘도 없다/

전신주 위에/열 맞춰 앉아/
지나는 사연 물어보던/제비떼도 없다/

논두렁 뛰어오르며/나락 끝 알곡 여물게/
다독이던/부지런한 메뚜기도 사라졌다/

우리 가까이서/노래하고 속삭이던/
수 많은 이야기들/우리 곁을 떠났다/

매연과 농약으로 황폐해진/자연이 무서워/
욕심과 이기심으로 막혀버린/마음들 싫어서

<민지와 승환이네>171호 아빠의 이야기 동시 중 ‘우리 곁엔 참새가 없다’ 전문

한국지역난방 사보/ 7·8월호/ 2000.08.01(화)/ 류인호 글·이갑철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