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독율 1위, ‘가족신문사’ 홈 l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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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름다운 일상의 기록, 가족신문을 만드는 가정엔 대화와 행복이 있다

어느 여름날 오후 잡지책을 보던 승환이가 마루로 튀어나와 숨막히게 엄마를 불러댄다. 죽지 않는 비결을 발견해냈단다. “하루에 메치니코프 8병을 마시면 절대 안 죽는다!” 엄마는 자다가 웬 봉창 두드리냐는 표정. 이어지는 승환이의 말. “메치니코프 박사가 생명 연장의 꿈을 발견했다잖아. 우리 몸 속의 병균을 몽땅 잡아 죽이려면 유산균을 많이 많이 마시면 되는 거야.” 광고에 나온 문구를 호들갑스레 옮겨대는 승환이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배꼽을 잡는다.

경북 김천에 사는 민지와 승환이 남매네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이야기는 이들의 가족신문 <민지와 승환이네>의 ‘두런두런’ 코너에 그대로 올라 있다. 몸피가 작고 통통 튀어서 콩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승환이는 횡설수설할 때가 많다. 5살 때부터 유명했던 그의 횡설수설은 ‘승환이의 횡설수설 일기’에 8해째 꼬박꼬박 올라 있다. 학원에서 졸았던 이야기, 노총각 외삼촌이 장가간 이야기,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게임 이야기, 동네 친구 이야기 등 승환이가 일상에서 겪은 일들이 투박한 표현으로 가감없이 전달된다.

<민지와 승환이네>는 가족신문을 만드는 이들에게는 ‘열독률’이 높은 매체다. 93년 5월에 창간한 이래 매달 1일, 2일이면 어김없이 발간되는 종이신문에 이어 창간 100회 기념으로 97년 7월1일 인터넷 홈페이지(http://channel.shinbiro.com/@minjine)를 만들어 온라인 서비스도 한다. 종이신문 형태로 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이메일로 보내준다. 그대로 다운받아 출력하면 종이신문이 된다. 지난 8월7일에는 인터넷에 집을 꾸민 지 3년 만에 조회수 10만을 넘어섰다.

이 신문은 민지 아빠 이문실(46·김천세무서 근무)씨가 결혼기념일에 부인에게 선물로 한번 만들어준 게 계기가 됐다. 민지 엄마 김연순(43)씨는 “애들 아빠가 선물 안 해놓고 미안하니까 애들하고 죽이 맞아 신문을 하나 만들어주데요. 재미있어서 주변 친지들에게 돌렸더니 다들 신기해했어요. 그래서 다시 해봤는데 그게 어느덧 우리 가족의 중요한 일과가 됐죠. 아이들하고 머리 맞대고 만드는 것도 즐겁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것도 보람있어요”라고 자랑한다. 민지네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레이아웃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A4용지 두장에 엄마, 아빠, 딸, 아들이 골고루 나눠 맡은 꼭지들도 그대로다. 현재 100부가량 프린터로 뽑아서 이웃 독자들에게는 그냥 나눠주고, 멀리 사는 친척과 친지들에게는 우편으로도 보내준다.

가족신문은 형태가 다양하다. 주간, 격주간, 월간, 계간까지.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제작방법도 손쉬워졌다. 민지 엄마의 추정으로는 종이신문 형태로 만드는 가족은 전국 100집쯤 되고, 인터넷 가족신문을 만드는 가족은 수백집이 넘는다고 한다. 물론 기념일이나 생일, 환갑잔치를 계기로 한두 차례 만들거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겸해 가족소식을 알리는 집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방학숙제로 가족신문을 만들 것을 권장해 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가족신문 만드는 붐이 일기도 해다. 민지네의 경우 초등학교 개학을 이틀 앞둔 날 전국의 가족들로부터 하루 동안 문의 이메일이 1천통 넘게 쏟아져들어왔다고 한다.

한겨레21/ 2000.09.06(수)/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삶] 민지 엄마의 비법 전수

가족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꼭 참조하는 집, <민지와 승환이네>. 전국 가족들의 문의가 폭주하자 민지네는 아예 홈페이지에 ‘가족신문 만들기’라는 코너를 따로 열어 8개의 기본 레이아웃을 제공하고 있다. a4용지 크기의 종이신문을 위한 레이아웃이다. 마음에 드는 모양을 내려받은 뒤 컴퓨터 한글기능으로 작업해도 되고, 출력한 뒤 글자와 그림을 채워 넣어도 된다. 민지와 승환이 엄마 김연순씨가 가족신문 만드 순서를 귀띔한다.

1. 제목을 정한다.
가족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이름을 찾는다. 아이 이름이나 별명도 좋고, 좋아하는 동물이나 꽃이름도 좋다. 평범한 것이 가장 오래 간다.

2. 우리 가족의 컨셉을 의논한다.
이메일로 문의해오는 이들 중에는 ‘글을 잘 못 쓴다’며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꼭 매끄럽거나 문학적일 필요는 없다. 가족들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반찬을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고, 취미생활 중심으로 꾸며도 좋다. 컨셉은 너무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

3. 발행주기와 지면 분량을 정한다.
무리하게 욕심내는 건 금물. 재미있다고 일주일 단위로 한다거나 20쪽씩 내다가 중도하차한 가족이 한둘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의 현실에 맞춰 기간을 잡는 게 좋다. 또 지면이 너무 많으면 읽는 이들이 오히려 안 읽는다.

4. 가족을 상징할 수 있는 캐릭터를 정한다.
애완동물이 좋으면 예쁜 강아지 캐릭터를 넣을 수 있고, 과수원을 하는 집이면 사과를 그려 넣어도 된다. <민지네와 승환이네>는 아이들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려 넣었다.

5. 기획과 글은 가족 개개인이 직접하자.
아이들이 쓰고 싶어하는 주제를 쓰도록 독려하자. 아이들의 글이라도 가능한 한 고치지 말고 그대로 올려주는 게 좋다. 아이가 쓴 삐뚤빼뚤한 글씨나 그림을 올린 뒤 엄마, 아빠가 밑에 설명을 곁들여도 보기 좋다.

6. 소박하되 비주얼한 편집을 하자.
웬만한 한글프로그램에는 예쁜 그림이 많이 들어 있으니 그걸 짜깁기해도 된다. 가정용 스캐너는 10만원대, 컬러출력기는 20만원대면 좋은 것을 구한다. 컴퓨터 작업이 어려운 가족이라면 그림이나 사진을 붙여 넣고 제목글자는 인쇄지에서 오려 붙여도 재미있다.

7. 진솔하고 소박하게 꾸미자.
간혹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이들 중에 자기 아이들 예쁜 모습만 올려놓거나 해외여행한 이야기만 자랑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러면 쉽게 질린다. 아이들은 울기도 하고 콧물도 흘리는 모습이 예쁘다. 부부싸움한 이야기부터 아이가 똥싼 이야기까지 일상을 그대로 전하는 게 중요하다.

8. 이웃에게 보여주는 데 망설이지 말자.
우리 가족만 본다면 무슨 재미? 이웃, 친척, 친지들에게 한번씩 돌려보자.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씩 넣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9. 한 차례씩 부록이나 특집호를 내보자.
제사나 명절 등 가족모임에 갈 때 신문을 만들어가도 유쾌하다. 환갑이나 생일을 맞는 이들에게는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신문이라면 잊지 못할 선물이 된다. 미리 구해둔 사진을 넣고 일대기를 정리하거나, 짤막한 인터뷰를 곁들여 다른 가족의 메시지를 넣어도 좋다. 부록으로 친척들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정리해 넣으면 환영받을 것이다.

10. 발행주기를 꼭 지키자.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건너뛰다보면 결국 흐지부지돼버린다. 가족신문은 멋스럽게 만드는 것보다 성실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

한겨레21/ 2000.09.0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