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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신문은 게으름 막아주는 영양제

어제 저녁 민지엄마가 붙이다가 저녁 준비로 밀쳐논 편지봉투에 신문을 접어 넣었다. 우편 독자가 50명이니 한달에 두번 봉투 붙이는 것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들어 신문 만들때 마다 아이들이 달가와하지 않는 눈치다. "아빠, 우리 신문 그만 만들자 응∼" 학교공부하랴 학원다니랴 채팅에 PC게임까지 해야 하는 바쁜 일정이니까 이해는 하지만 아빠는 막무가내로 신문기사를 독촉한다.

가족신문 민지네신문은 지금부터 8년전 승환이와 아빠의 깜짝쇼로 부터 시작되었다. 결혼기념일 을 맞아 엄마에게 근사한 선물을 마련한다는 핑게로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 컴퓨터 앞에서 아빠 는 글쓰고 승환이는 낙서같은 그림 그려 창간준비호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부시시 눈뜬 민지와 엄마를 졸라 독후감과 동시를 채워넣어 창간호가 만들어졌다.

신문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친척들에게 민지 학교선생님들... 이렇게 주변의 많은 분들 에게 배달되어 그동안 소홀했던 안부를 대신 맡아 전했다. 우리 가족은 가족신문 덕을 많이 본 편이다. 아빠가 공무원이라 2∼3년에 한번씩은 직장을 옮겨 이사를 다닌다. 이사할 때마다 정든 친구를 떼어놓은 아이들이 새학교에 적응하지 못할까 마음을 졸이곤 하는데 며칠되지 않아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집안을 시끌벅적하게 만들면 아빠엄마 는 안도의 미소를 머금는다. 가족신문을 돌린 덕에 선생님들도 아는체 해주셔서 그런지 아이들이 새환경에 적응하는데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가족신문에 무슨 내용을 담는게 좋을까요?"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질문이다. 우리집 신문엔 살 아가면서 생기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담는다. 승환이는 일기를 쓰고 엉뚱한 동화도 담고 아빠는 이야기로 풀어가는 동시 엄마는 제목도 우스꽝스러운 꽁트 '먹순여사와 달푼씨' 민지는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생활글... 가끔 옛날 엄마 아빠 사진도 특별히 싣는다. 승환이를 빼고 나머지 식구는 다정다감한 성격은 되지 못한다. 요즘들어 바쁘다는 핑게로 부족한 서로간의 대화를 가족신문으 로 메꿔나간다. 서로가 풀어놓는 기사속에 생각 느낌 바램들이 모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http://www.minjine.com 민지네신문 발행 100호 기념으로 97.7.1일 인터넷에 집을 마련했다. 종이 신문으로 만들어진 내용 그대로 인터넷에 오른다. 우리의 모습을 자랑하고픈 마음이 먼저겠지만 살아가는 흔적들을 오랫동안 보관하고픈 마음이 큰 것도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이다. 그 속에 '가 족신문 만들기'란 공간도 짜넣었다. 가족신문을 만들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홈이 이쁘네요, 우리도 가족신문 만들고 싶어요." 이런 글을 방명록 에 올려주시는 걸 볼때마다 가족신문 만들기를 부추기는 답을 쓰곤 한다.

가족신문을 통해 바쁘다는 핑계로 들려주지 못한 아빠의 당부도 들려주고, 빽빽 고함만 지르는 엄마가 따뜻한 사랑의 글도 전하며 자라나는 아이들 생각도, 엄마·아빠에게 바로 이야기 하지 못하는 섭섭함도 전할 수 있다. 자칫 흩어져 버리고 잊어버리는 우리의 발자취도 곱게 담아 보다 나은 생활로 가다듬을 수 있지 않을까?

며칠 전에 엄마 아빠는 다퉜다. 봄이 진하게 익는데 놀이공원 한번 가지 않는 무심한 아빠라는게 다툼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 다툼도 며칠가지 않을 것이다. 새 신문을 만들어야 하니까... 틀린 글 자 머리 맞대 고치고 엄마의 옛사진 어느게 좋을까? 궁리하다 보면 입 꼭 다물고 있어서는 해결 이 되지 않으니까... 민지네신문은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생활이고 서로 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며 게으름을 막아주는 영양제이기 때문이다.

미즈엔/ 27호/ 2001.05.2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