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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신문을 만들어 보니

주부, <민지네 가족신문> 발행인


창 밖에 겨울비 추적거리고 내리는 이런날은 붕어빵 몇마리 먹으며 거실 컴퓨터앞에 오밀조밀 모여앉아 서로 찐드기 해야 하는건데 시험기간 이라고 아이들이 방에 들어가버리고나니 집안은 조용하다 못해 텅 빈 것 같다.

학기말 고사이건 뭐건 가족신문 기사 얼른 써서 내라고 독촉하는 엄마에게 "엄마, 학기말 시험이란 우리에겐 전쟁이라구요. 전쟁!"을 외치며 각자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이들. 어느새 새록새록 자라 제법 머리가 굵어진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뚜렷하다 못해 앞 뒤 가려 조리있게 엄마 아빠말문을 막는 통에 우린 때로 곤욕스럽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작은아이가 여섯 살 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가족신문이 이제 십년이 되어간다.

여느집이나 다 그렇겠지만 아이들 키우면서 참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까맣게 잊혀져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때 지나간 가족신문을 꺼내보면 어느새 푸훗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밥 먹다 빠진 이를 아파트 옥상위로 던지던 일이며 아빠 손잡고 이발소 가면서 코코아 뽑아 먹은 일이며 유치원소풍 가서 쵸콜렛 사달라 엄마 쫄라대다 집에 돌아와 벌서고 혼난 일이며 외할아버지 따라 뒷산에 올라가 그네 타던 일. 바닷가 모래사장에 우산 꽂아두고 조개 잡던 일이며 수두 앓느라 열흘동안 학교 못가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일이며. 사소하지만 잊고 있었던 추억들을 하나둘 되새겨 주는 가족신문.

때로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거나 사춘기 열병으로 힘들어 할 때 슬그머니 지나간 가족신문 꺼내 놓고 읽다보면 아이들 입에서는 "엄마 그때 내가 진짜 이랬어?"란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오고 "그럼. 그랬지! 그때 네가 얼마나 깜찍한 장난꾸러기 였는지 모르지?" 하다보면 키득키득 웃음 머금게 되고 집안은 자연스레 화해무드가 조성 되고 만다.

아이들 어렸을 적. 작은아이가 글씨 조차 읽지 못할 때 그저 막연히 재미있겠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한 가족신문. 좋은 점 나쁜 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만들기 시작 했지만 가족신문의 좋은 점이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가족 기억의 보물창고. 엄마 아빠 가족간의 정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로 표현해 내는 아이들. 말이 곧 글이란 생각으로 글을 쓰다보니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언제 어디서나 거침없이 토해 내고 글쓰기의 편안함이 몸에 베어 그런지 논술고사의 두려움에서 자연스럽게 해방 될 수 있을 것 같아 맘이 놓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족신문을 만들게 되면 일단은 생활이 재미있다. 신문을 만들기 위해 대화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마음을 열게 되고 기사를 쓰다보면 서로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게 되어 가족끼리의 유대관계가 끈끈해지니 바람직한 가족관계에 도움이 되고 가끔은 다른가족들의 가족신문을 보며 토론 하는 것도 흥미롭거니와 그것으로 인해 자극을 받기도 하니 생활에 긴장감도 있다. 그러나 이런것들과 함께 무엇보다 좋은 점은 지나간 일들이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간직 되는 것이다.

이다음 자라고 더 자라 처녀총각 되고 엄마 아빠 되고 더 늙어 할아버지 할머니 되었을 때까지 언제고 들여다 볼 수 있으니 가족신문 덕분에 우리 아이들 우리가족은 늘 행복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족신문이란 마르지 않는 샘처럼 가족간의 정을 새록새록 솟아나게 하는 요술지팡이라 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