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네신문-달푼의 영화이야기

독일영화와의 만남

처음 독일영화라는 인식을 가지고 감상한 영화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남자가 남겨진 시간이 별로 없다는 답답함에 병원을 뛰쳐나가 우연한 사건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하는 로드무비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선사하는, 이제까지와는 무게가 다른 영화를 접하게되면서 독일영화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갖고 영화들을 대하게 되었다.

철학의 나라 답게 최근에 본 몇편의 영화들도 짜임새가 단단하고 그에 못지않게 보는이의 가슴에 삶의 자욱들을 되새기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프랑스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다가온다. 자유분방함에 기인하는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프랑스 영화와는 다른 우수어린 무게를 지니면서 삶의 흔적을 쫓아 되돌아보게 하는 독일영화의 집요함에 감탄하게 되었다.

2차세계대전에서의 패전이 크게 영향을 미친 우울함이 초기 독일영화보다는 많이 옅어졌지만 그 무겁도록 우울함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까지 가슴에 앙금으로 남아 2시간의 투자가 아깝지 않았다.

노처녀의 진정한 친구 사귀기 “파니핑크”,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여성들의 우정 “바그다드 까페”, 음울한 사랑을 연주한 “글루미선데이”

타인의 삶을 내 자신의 삶으로 대비시키는 “타인의 삶”, 자유를 부르짖으며 연주하는 “밴디트”, 천재소년의 성장과 갈등을 그린 “천재소년 비투스”, 가난하지만 정열적인 처녀 엠마의 사랑이야기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선택한 영화마다 견고한 스토리와 삶에 대한 치밀한 관조로 다시 찾게 만드는 독일영화의 힘이 강하게 밀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