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네신문-나의 글솜씨

추억의 친구 Ⅰ(소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었다. 연락을 하고 지냈던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졸업하고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서울로, 대구로... 전국각지에 흩어져서 살던 아이들의 모습은 예전 모습과 대조하기가 힘들 정도로 변해있었다.

겨우 10년... 그렇지만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앉아 공부하던 그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다지 모습이 변하지 않은 평범한 녀석들부터 아이가 몇 명이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전형적인 아줌마 얼굴을 한 녀석, 아직도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농사를 짓는 듯한 녀석도 있었다.

10년전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몰라보게 달라진 친구들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얼굴을 뜯어 고쳤는지 너무 예뻐져서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녀석. 온갖 명품들로 온몸을 감싸고 나온 녀석... 그때 내 시야에 들어온 한 아이가 있었다. '저 애가 누구더라?...' 한참을 쳐다보던 나는 10년 전의 그 얼굴이 머릿속에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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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였다. 같은 반이 된 첫날부터 내 앞자리에 앉은 그 아이는 새학년이 되어 들뜬 마음에 소란스러운 다른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책상 앞에 붙어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몇몇 아이들이 그 애를 힐끔 쳐다보며 쑥덕거렸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런 모습은 나로 하여금 더욱 그 애를 싫어하도록 만들었다.

그 애는 반장이 되었다. 고3이라 공부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아무도 반장을 하고싶어 하지 않아 했다. 그때 그 애가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래서 그 애는 무투표 당선으로 반장이 되었다.

그 애는 참견하기를 좋아했다. 좋게 말하면 남을 챙겨주는 것을 좋아했다. 숙제가 있으면 전날 꼭 칠판에 적거나 아이들에게 말했고 시험이 다가오거나 학교를 일찍 마치는 날에는 '집에 가서 공부하라'는 이야기까지 빼놓지 않았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으면 대신 잔소리까지 하는 그런 아이였다.

반아이들은 '권력남용'이라며 그 애를 싫어하여 따르지 않았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애는 끈질겼다. 우리가 따르지 않아도 그 애는 변하지 않았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성실한 학생'이라며 칭찬이 자자했다. 선생님들은 갈수록 그 애를 믿고 칭찬하셨고 우리는 반대로 더욱더 그 애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교무실과 교실에서의 그 애에 대한 시선은 묘하게 달랐다. 그 애는 친구가 없었다. 그 애의 유일한 친구는 공부였다.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잠시 틈만 나면 나는 친구들과 놀았고 그 애는 공부와 놀았다. 등하교 길에도 영어를 들으며 놀았고 주말에도 집에서 교육방송을 보며 놀았다.

몇 달간 짝이 되어 지켜본 그 애는 친한 친구라고는 공부밖에 없어 보였다. 그 애는 공부라는 친구와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었고, 그 친구를 아주 좋아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였고 공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나로서는 공부와 사이가 좋은 그 애가 마음에 들리 없었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