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네신문-나의 글솜씨

영화 보는 것을 그것도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영화는 꼭 보고 싶었다.
"집으로"

보고 온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너무 감동적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영화였다.

아빠 엄마가 극장에 가자고 했을 때 다른때 같았으면 갈까 말까 망설여겠지만 이번에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부모님을 따라 나섰다. 심야상영이라 그런지 극장은 조용한 편이었다. 영화를 볼 때 빼놓을수 없는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집으로"는 7살짜리 "상우"라는 꼬마와 말을 하지 못하는 그의 외할머니가 얼마동안 같이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이다. 버릇없는 개구쟁이 상우는 처음에는 온갖 말썽으로 외할머니를 괴롭힌다. 할머니에게 욕을 하고 요강을 발로 차 깨뜨리고 켄터키치킨을 내놓으라고 떼를 쓴다. 할머니는 그런 상우에게 꾸중은커녕 모든 것을 감싸주고 사랑으로 대해준다.

특히 상우가 켄터키치킨을 사달라고 졸랐을 때 닭을 사기 위해 나물을 팔아 비를 흠뻑 맞으며 닭을 가져오던 그 모습은 정말 가슴이 찡할만큼 감동적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듯 할머니는 사랑으로 손자를 위해 희생하고 있었다. 게다가 제대로 걷기도 힘든 몸으로 힘겹게 닭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던 장면에서는 어쩌면 부모의 사랑보다 더 넓고 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철없는 행동으로 할머니를 괴롭히기만 하던 그래서 보는 나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상우도 할머니의 마음을 알았는지 변해가기 시작했다. 할머니를 돕기도 하고 아픈 할머니를 위해 어설픈 솜씨로 식사를 차려오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귀여웠다. 또 글씨도 쓰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아프면 어떻게 하냐며 자신이 아끼던 로봇 그림 뒤에 아파하는 그림을 그려놓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아프다" 라는 글과 자신의 집주소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는 아프면 이 편지를 꼭 우체통에 넣으라고. 받으면 달려 가겠노라고 말하는 꼬마 상우의 모습에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나도 이런 사랑을 받았었고, 어쩌면 지금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만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과 함께.

그리 낯설지 않은 시골풍경에 장날 시장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그런 할머니들과 비슷한 모습이어서 더욱더 실감이 났다. 원래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인데 이 영화만큼은 아니었다. 그만큼 감동적이고 재미있었다.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아직도 관람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정석에 다른 아주머니께서 앉아 계셔서 자리를 비켜 달라고 말씀 드렸는데 비켜 주시기는커녕 아무데나 앉으라고 도리어 짜증을 내셨다. 심야상영이라 그런지 자리는 많이 비어 있었지만 그래도 짜증 내시는 모습에 괜히 씁쓸해졌다.

월드컵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질서의식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