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네신문-나의 글솜씨

회색빛 하늘 Ⅰ

민정이는 오늘도 책상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민정이에게는 요즘 하루하루 학교에 오는 것이 지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할 일도 없이 책상에 한참을 엎드려 있다가는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에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앞쪽에서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잡담을 하고 있었다. 민정이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점심시간에도 민정이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앞쪽에 모여서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옆에 하는 이야기들은 들리지 않았다. 옆은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앞쪽의 아이들을 바라보던 민정이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민정이가 쳐다보는 것을 눈치챈 아이들이 민정이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보다가는 곧 자기들끼리 민정이를 욕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민정이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탓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너무 소심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민정이었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그 아이들이 민정이를 원래 몰랐던 사람처럼, 아니 마치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지냈을 뿐이었다.

민정이는 친구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민정이는 잘못한 것도 없었다. 그래도 예전처럼 지낼 수 있다면 사과하고 싶었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민정이는 그러지 못했다. 어쩌다가 그애들과 마주치면 사과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지나가곤 했다.

특히, 구슬이. 그애와 눈이 마주칠때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휙하고 돌려버리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민정이는 늘 자신을 질책하곤 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났다. 민정이는 모두 포기 상태였다. 마주치기만 해도 욕을 해대는 아이들을 이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그냥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 다른 아이들과 지내며 가끔 몰래 그 아이들을 바라보곤 했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