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네신문-나의 글솜씨

잃어버린 섬, 실미도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깜깜한 영화관에서 몇시간씩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좀이 쑤셔 극장에도 잘 가지 않고 비디오를 빌려보는 것도 종종은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다.

드라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유를 대자면 둘다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난 공상과학영화 같은 것들은 몇 번씩 봐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_-

여하튼 그런점에서 실미도는 개봉전부터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내가 알지 못했던 언젠가 일어났던 일이라니!
추리소설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내 예상대로 개봉하자마자 많은 아이들이 꼭 보라고 추천을 해주기 시작했다.

1월 10일, 이모부, 동생과 함께 실미도를 보게 되었고 나도 역시 실미도를 추천해주는 친구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을 계기로 김일성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684부대.
실미도라는 외딴 섬에서 죽음보다 더 가혹한 훈련을 하게 된다. 3여년간의 고통스러운 훈련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가 평화정책으로 바뀜에 따라 684부대는 해체되고 증거인멸을 위해 대원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것을 몰래 듣게된 부대 대원들이 난동을 일으키다가 결국은 자폭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끝부분에 굉장히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구구절절한 사랑이야기도 아닌데 감동적이긴 하겠지만 뭐그리 슬프겠어.’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마지막 부분에 접어들면서 영화가 끝날때까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특히 대원들이 자포가기 전 버스안에 피로 글씨를 새겨넣는 부분이 가슴을 가장 찡하게 만들었다. 최근에 밝혀진 이야기이지만 영화속에서 범죄자들로 설정되어 있던 부대원들이 실제로는 그저 평범한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일들이 실제로 존재했었고 아무도 모르게 묻혀 왔다니. 그들을 무장공비로 몰아 세우는 부분에서는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숨겨져 왔던 실미도, 그리고 684부대. 이제라도 그 억울한 영혼들이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본 좋은 영화였고 영화 자체의 감동 이상을 느끼게 되어 기뻤다. 게다가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나도 친구들에게 받았던 것처럼 실미도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추천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