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네신문-나의 글솜씨

신입생 OT Ⅱ

▶ 앞호에서 계속

다음날 오전 7시, 잠에서 깨어났다. 전날부터 아팠던 목이 전혀 낫질 않고 있었다. 여전히 고개가 숙여지지 않다니. 저녁때 아픈목으로 몇시간씩 강당에 앉아있어야 할 것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숙소에 모여 장기자랑 할 것을 의논해 보았지만 준비할 시간이 짧고 소품들도 구하게 힘든 상황이라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시 강당으로 집합했다.

강당에서는 경영대를 졸업하신 선배님의 특강이 있었다. 대단한 분이 찾아오셨을 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선배님은 어제도 몇 번이나 뵈었던, 경영대 교수님이셨다. 50분간 특강을 해주셨는데 처음에는 귀기울여 들었지만 잠을 많이 못자 피곤했던 탓인지 곧 졸음이 쏟아졌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선배님들까지도 고등학교 수업시간처럼 모두들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좋은 이야기 들려주신 교수님께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말이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체육대회가 있었다. 지령게임과 OX퀴즈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고 가장 즐거웠던 것은 조별 줄넘기였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한조에 10명씩 나가 게임을 했는데 1회전에서 경영학부는 한팀만이 이기고 국제경영학부가 여섯팀을 이겨 우리학부의 우승이 거의 확실시 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경영학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고 결국 우리조와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었다. 인원도 더욱 늘어난 16명. 연습기회는 단 한번 주어졌는데 우리조는 한번도 넘질 못해서 굉장히 긴장되었다. 그래도 스무번 넘게 넘은 우리조의 우승! 우리는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고 맥주 한박스를 상품으로 받았다.

저녁에는 장기자랑과 캠프화이어가 있었는데 장기자랑 시간에는 목이 아팠던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게다가 준비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특별하고 색다른 장기자랑을 볼 수는 없었다. 캠프화이어도 색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초등학생이나 할법한 유치한 율동들을 시키는 바람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가득했다.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았구나. 너무 예뻐서 한참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친구와 북두칠성과 북극성도 찾아보았는데 우리가 찾은 것이 맞는것인지는 의문이다. -_-

숙소로 돌아와서부터 본격적으로 술판이 벌어졌다. 밤을 새서 마실거라는 선배들의 말이 처음에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술꾼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술을 마실수가. 중간에 다들 잠들어버리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돌아다니면서 이틀동안 말한마디 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학생회 선배님들과 소모임 선배님들께서 밤마다 돌아다니시면서 노래도 부르시고 술 한잔씩 나누면서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셔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다른조 남자아이가 어디선가 나타나 내게 다른조에 인사하러 가자는 둥 이상한 얘기를 해서 선배님이 구해(?)주기도 했고 학생회의 어떤 선배님과 우리조 선배님 두분이서 작은 시비가 붙기도 했다.
슬슬 졸리기 시작할때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기어이 밤을 세고야 말았다! 조금이라도 자야할 것 같아 남은 이불과 베게를 가져와 남는 곳에 자리를 잡고 눕자마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기상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오전 9시. 7시에 기상시간인데 2시간이나 늦춰진 셈이었다. 모두들 비몽사몽 정신도 없어보이고 잠에서 깨지 못하는 선배도 계셨다. 끝까지 술자리에 남아서 제일 즐겁게 놀 것 같던 한영 선배는 의외로 일찍 주무시더니 아침에도 멀쩡한 얼굴로 후배들에게 밥먹으러 가자고 소리치고 다니셨다.

예정시간보다 늦어진 10시. 마지막으로 롤링페이퍼를 작성하기 위해 숙소에 둘러앉았다. 종이를 한 장씩 나눠갖고 거기에 자기 이름을 써서 돌리면 친구들이 한마디씩 적어주는 것이 롤링페이퍼다. 나도 열심히 오는 종이마다 메모를 남겼는데 아직 모르는 이름들이 꽤 눈에 띄었다. 진주선배의 말처럼 조를 좀 더 많이 나눴으면 친해지기가 쉬웠을텐데 25명을 모두 기억하고 친해지는게 쉽지 않은 일이라 아쉬웠다. 게다가 학교로 출발하는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늦게 일어난탓에 롤링페이퍼를 모두에게 쓰지 못했다는 것은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렇게 짧게만 느껴진 2박 3일의 오리엔테이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들도 좋았고 선배님들도 잘해주셔서 OT기간 내내 무척 즐거웠다. 앞으로 펼쳐질 대학 생활을 잔뜩 기대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같은 조였던 친구들은 학교에서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다른 친구들과도 모두 잘 지내고 싶다.

나는 벌써부터 역시나 즐거울 MT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