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네신문-먹순여사와 달푼씨

오장육부가 타는 밤 2

▶ 지난호에서 계속

"띵똥∼" 문열고 내다보니 밤사이 숙직 마치고 돌아온 달푼씨 게슴츠레한 눈으로 꼼짝 않고 서있다. "으이구, 자기. 또! 또∼ 야씨꼬리한 그놈의 비디오 보느라 잠 설쳤지? 그러게 내 오늘이래두 당장 가서 그놈의 비디오를 콱 부셔 버리든가 해야지! 다른 남자들이라고 별수 있겄어!"

쫑알대며 문간에 선 달푼씨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옷 벗기고 이 닦이고 아침 상 받으라 식탁에 앉혀 놓으니 "먹순아, 내 진짜 당최 입이 깔깔해가 밥 못묵겄다!" 한다. "아니 아니, 그건 안되지! 밤새 잠 못 잔겄만해도 몸 축 날 일인데 거기다 아침밥까지 안 먹는다는게 말이 안되지!"

턱받이라도 해서 퍼먹이고 싶지만 옆자리에 앉아 억지로 숟갈 쥐어주며 쬐금만 이라두 먹으라 채근한다. 국물 몇숟갈 뜨다말고 "도저히 안되겠다" 머리 흔들며 먹기를 거부하는 달푼씨. "여보야, 내 쪼매마 자다 일어나께. 시간되마 깨와라." 쯪쯧 거리며 벗어놓은 옷가지 빨래통에 넣고 입 칼칼한 달푼씨 위해 도마소리 동동 거리며 점심상 차려놓고 달푼씨 깨기전에 곱게 화장하고 이쁜옷 갈아입고 자는 달푼씨 얼굴 들여다본다.

코고는 소리가 집이 떠나갈 정도건만 꼼짝않고 들여다보는 뺑먹순. 시간되어 따르르릉 사발시계 울리고 흔들고 두드리고 꼬집어도 출근시간 다 되었으니 일어나란 말에도 잠에 취해 정신 못 차린다. 찬물 한바가지 가져와 팍팍 뿌리자 "여보야, 와아 벌씨로 시간 되었뿐나? 쪼매마 더 자고 싶구마는." 늦었단 먹순말에 허둥지둥 세수하고 옷 꿰어입고 식탁에 앉지마는 입안은 여전히 깔깔해 곁에서 밥숟갈 오르락내리락 하는것만 지켜보고 있는 먹순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그러지말고 억지로래두 쫌만 더 먹어! 응? 애구 착하기도 하지!!" 어르고 달래도 나른하게 고개만 내젖는 달푼씨. 그래 그럼 출근하지뭐! 베시시 웃으며 달푼씨 팔장을 끼고 나서는 뺑먹순 땜에 달푼씨 간이 발바닥까지 떨어진다. "여보야, 와아? 니가 말라꼬 출근한다카노?" "아이, 이러다 늦겠어~빨랑가야지. 얼른 타아∼. 자기 데려다 주면서 숙직실 한번 볼려구!" 으잉! 이게 무슨 소리? "안된다 여보야! 니 누구 사람 잡을 일 있나?"

울상이 된 달푼씨 손잡고 가볍게 차에 타는 뺑먹순. "잡긴, 내가 왜? 아까 자기 헤매면서 자는 모습 보려니깐 얼마나 안스럽던지. 역시! 악역은 내가 맡기루 결심했어! 내가 오늘 그 화근덩어릴 가볍게 처치해 줄테니깐!" 오금이 떨리는 달푼씨 말까지 더듬는다. "여보야, 사실은... 내 .. 그거는 진짜 니 오해다! 내 어제는 진짜 일찍 자볼라꼬 자리에 눕었는데... 회사대문 쫌 열어 돌라꼬 인터폰이 수도 없이 왔는기라! 그래 열번도 넘게 일어났지 싶으다. 문열어 주고 차 빼고 나믄 또 쫌있다 문열어 돌라카고... 내 십겁 했다카이!" "왜? 자기가 언제부터 문지기야?" "그기 아이고. 어제 연말이 다가온다꼬 회사 차원에서 간단하게나마 망년회를 했는기라... 그랬디마는 전신만신에 술 왕창 퍼묵꼬는 음주단속에 안 걸릴라꼬 노래방 가가 한바탕 불러 제끼고 술 깰때까지 기다렸다카맨서 꼭두새벽에 와가 문열어 돌라카미 차를 갖고 가는기라!.. 그중에는 멀리서 출퇴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억수로 취해 갖고... 마 택시 불러준다 캐도 걱정말라 카맨서 운전하고 가드라. 내사 마 걱정이 되가 밤새 한숨 몬 잤다. 아침에 그사람들 출근부에 도장 찍힜는가 안찍힜는가 그거 본다꼬...

먹순아. 내 어제밤에 겪어 보이까네 알겠드라! 마, 집에서 기다리는 아줌마들 심정 이해하겠드라카이... 그 야시꼬리한 비디오 업었시마 동짓달 긴긴밤을 지겨버가 혼자 우예 보냈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