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네신문-나의 글솜씨

생활소설 - 추억의 친구 Ⅱ

▶ 앞호에서 계속

그애는 나와 맞지 않았다. 아니 맞는 아이가 아니길 바랄만큼 난 그애를 싫어했다. 선생님들께서는 다른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흐트러져있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제나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그애에게 '너처럼만 하면 아무 걱정 없을텐데.' 하며 흐뭇하게 바라보곤 하셨었다. 또 '넌 뭐가 되어도 될꺼다.' 라는 말을 자주 하셨었는데 나는 그 말이 제일 싫었다.

나는 그애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무시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못마땅한 얼굴로 씹곤 했었다. '성적이나 떨어져라.'
그러나 그건 나와 다른 아이들의 바람이었을뿐. 작년까지만해도 전교 10등을 왔다갔다하던 그애는 점점 성적이 올라 전교 1,2 등을 다투게 될 정도로 똑똑한 녀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능. 역시 그애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았고 서울에 있는 한 명문대의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못마땅해 했지만 은근히 부러워하는 눈치였고, 선생님들은 당연하다는 듯 흐뭇해 하셨다. 나도 아이들도 그애가 좋은 대학에 가리란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었다. 졸업식 날, 그애가 학교를 빛냈다며 단상위에 올라가 교장선생님의 칭찬과 함께 장학금을 받고 있을 때 뒤쪽 어디선가 '이제 우리가 졸업하면 후배들이 선생님들이 하는 저녀석 얘기를 지겹도록 듣겠네. 우리가 들었던 선배들 이야기처럼 말이야.'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만이다. 그애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주말에 뭐 입고 다니냐.' 는 물음에 '주말에 시내에 나간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는 대답으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그애는 옷도 꽤 잘 입고 서울티도 제법 났다. 옛생각에 한참을 멍하니 있을 때,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요즘은 뭐하고 사니?' 나도 모르게 안 듣는 척 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애는 아이들이 좋아서 소아과를 선택헀다고,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아이들을 하나둘씩 치료하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웃었다.

그애는 많이 변해있었다. 아이들도 변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애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아이들은 10년전 그때처럼 부러워하는 눈치였지만 못마땅해 하는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역시 그랬다. 우리는 모두 제자리인데 그애만 훌쩍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또 씁쓸해졌다.